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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글

행복이의 첫 애견미용

by 노마드한나 2021. 7. 15.

 주인의 결혼으로 갈 곳 없어진 포메라니안 행복이를 만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포메라니안 털이 많이 빠진다고 듣기는 했지만 두 달 동안 털 자라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집에 구비해둔 이발기로 미용을 해주기는 했는데 영 모양이 예쁘게 살지가 않아 애견미용실에 보내기로 했다. 

 

 인별그램을 뒤지고 뒤져 동네에서 예쁘기로 소문났다는 '벨리몽'에 운 좋게 예약 성공을 했다. 과연 우리 행복이가 미용을 잘할 수 있을까? 초보 애견 맘이라 빗질도 서툴러서 잘 빗어주지 못해서인지 얼마 전부터 빗을 대면 빗을 물어 몸에 대지도 못하게 한다. ㅠㅠ 

 

 걱정반 기대 반 예약한 시간에 행복이를 맡겼다. 미용사님이 행복이 귀 뒤쪽 털이 너무 엉켜서 다 잘라내야 한다고...ㅠㅠ 그 털을 잘라내면 원하는 만큼 귀여운 곰돌이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셨다. 그렇게 시작된 행복이의 미용 시간. 강아지 미용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줄 몰랐는데 행복이를 맡기고 3~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마치 딸아이를 처음 어린이 집에 보내고 마셨던 커피타임처럼 행복이를 보내고 집에 있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도 하고 낮잠도 자고 놀기도 했다. 

 

 한참이 지나 전화가 왔다. 행복이 픽업이 가능한데, 안타깝게도 만족스러운 미용을 하기가 너무 어려우셨다고 한다. 행복이가 얼굴쪽에 빗만 대도 빗을 물어대는 바람에 곰돌이 만들기는 실패했고, 여기저기 털이 너무 엉켜서 배 쪽 빗질하다 피부가 빨개져 그만두셨다고...ㅠㅠ

 

 열심히 서치 해보니 포메가 털갈이 시즌에는 목욕시킬 때 속털이 많이 엉켜서 털을 잘 정리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고려 없이 아빠가 열심히 목욕만 시켰더니 여기저기 털이 엉켜 버린 거다. 너무 속상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다음번 미용 때 빗과 친해져서 만나기로 하고 행복이 사진을 보내주셨다. 

 

 사진 속 행복이는 귀여운 표정이지만 눈이 매우 삐져있다. ㅋㅋ 녀석을 낯선 미용실에 보내서 단단히 삐졌나 보다. 행복이는 자기랑 안 놀아주거나 안아달라는데 안 안아주면 늘 샐쭉한 표정과 함께 콧방귀를 뀐다. 사진 속 행복이 표정을 보니 토라질 때 그 표정이다. 그래도 목에 달아준 턱받이가 너무 귀엽게 어울린다. 

 

 초보 애견 맘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이를 키울 때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매일 밤을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강아지라 그나마 눈물은 안 나는구나. 그래도 생명을 기른다는 것은 참 많은 정성과 희생이 뒤따르는 일이 리라. 그렇게 힘들게 키운 아이가 지금은 둘도 없는 내 편이 된 것처럼 행복이도 열심히 키우면 둘도 없는 내 위로가 되겠지? 

 

 어서 가서 삐진 녀석 데려다 맛난 연어 하나 물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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